사랑니 뽑아버리기
그 무시무시하다던 사랑니 발치…
그걸 내가 하고 왔다 !
무려 네 개의 사랑니가 말성을 부리고 있었는데
오늘은 한 달 동안 그지같았던 사랑니 뽑은 스토리를 풀어보려고 한다.
사랑니는 인간의 제3대구치, 가장 큰 어금니로 18세~20세 사이 가장 늦게 나는 치아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씨의 턱 뼈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시대,
사랑니는 비좁은 자리에 나오긴 해야겠고,
그래서 별 이상한 포즈를 취하며 아주 인간을 괴롭힌다.
진작에 퇴화했어야 할 사랑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나는 지금 인간의 아주 잘난 위대한 진화를 두 눈으로 포착하고 있다
심심해서 사랑니 어원을 찾아보았는데, 어원 자료에서는 알 수가 없다고 한다 ㅠㅠ
하지만 마치 첫사랑을 잊을 때만큼 아픈 이라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마음이 시려~~
보통 사랑니는 염증이 생겨 통증이 발생해 발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아주 피곤할 때 약간 아픈 것 빼곤 통증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사랑니 발치는 나에겐 아주 머~~~~~~~나먼 얘기, 아니 어쩌면 평생 없을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당장 발치하게 된 내막은……
나는 중학교 다닐 때 교정을 한 적이 있다.
교정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교정이 끝났다고 하여 모든 게 끝난 것이 아니라
평생 유지장치를 달고 있어야 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부산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고,
교정은 교정했던 치과에서만 계속 진료를 받을 수 있기에
고등학생 때 진료를 잘 못 받았다
사실 한 달에 한 번씩 본가에 올 때 몇 번 토요일에 검진을 받았으면 되었는데,
여기선 내 귀차니즘이 한 몫 했다 ㅋㅋ…
스무 두 살이 되어서야 다시 찾아간 교정 치과,
진료 차트를 보니 나의 방문은 무려 4년만이었다.
교수님께 혼날(?) 각오를 하고 진료를 기다렸다.
교수님이 오셨고 4년 만에 찾아 온 나를 알아보셨다.
그리고선 치아 상태를 쭉 확인하셨다.
늘 장난스러우셨던 교수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나를 다시 일으키시고 하시는 말씀이
엥??? 하는 불안한 마음에 이유를 여쭤보았다
너 얼른 휴대폰 켜서 네이버 들어가봐.
에??
거기 들어가서, "OOO치과" 쳐. 너 사랑니 빼야 해. 빼고 오기 전까지 진료 안 해줄거야(장난). 거기가 너네 동네에서 가장 사랑니 잘 뽑는 데니까 얼른 뽑고 와.
사랑니 뽑는 거 아파요??
어유 그럼 아프지, 엄청 아프지.
역시 우리 교수님, 위로의 한 마디는커녕 오늘도 겁을 주셨다.
그렇다, 나는 교정 유지장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사랑니를 빼야했었다.
충치고 뭐고 일단 저 사랑니 얼른 다 뽑고 와. 얼른. 충치 치료도 뽑아야 할 수 있어.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그렇게 나의 운명은 순식간에 사랑니를 빼야 하는 절망편으로 바뀌고 말았다.
흑…
집에 돌아온 후, 나는 교수님께서 알려주신 치과 검색을 해보았다.
연계 진료도 아니고, 그냥 진짜 동네에서 사랑니 발치, 아니 시 전체에서 사랑니 발치 가장 잘하는 곳을 알려주신 모양이었다.
리뷰에는 온통 사랑니 발치 이야기밖에 없었다.
사랑니 발치 공장이라는 둥, 나머지 사랑니도 여기에 맡기겠다는 둥…
나는 그렇게 1주일 후 예약을 잡았다.
사실 그 치과에는 결국 2주 후에 방문했다.
그 전 주에 친구들과 여행이 잡혀있었는데, 사랑니 발치 후 일주일간은 기압이 변할 수 있는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을 권유한다고 한다.
그래서 앗싸~ 하는 마음으로 1주일 더 미룬 나였다.
시간이 흐르고…
대망의 전날 밤.
긴장이 무지막지하게 되기 시작한다.
엄마도 3개월 전에 사랑니를 발치했었는데, 발치 할 때는 안 아프다고 애써 위로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너무 긴장한 상태였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치과 리뷰에는 보면 정말 안 아프게 뽑고, 5분도 안 돼서 금방 발치하신다고 긍정적인 말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 리뷰들로 긴장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추슬렸다.
진짜 1년치 네이버 리뷰를 모두 보고 블로그 리뷰도 싹 다 읽었다 ㅋㅋㅋ
그리고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사랑니 발치를 어떻게 하는지 유튜브를 찾아봤다.
아… 근데 아…
이건 절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치대나온남자 교수님의 사랑니 발치 ASMR(?)를 봤다.
사랑니 발치하는 과정은 사실 얼마나 매복되어 있는지에 따라 다르다.
윗사랑니보다는 아래쪽 사랑니가 매복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나 또한 그랬다.
수직으로 곧게 자란 사랑니는 발치하는 난이도가 굉장히 낮은 편이라고 한다.
윗사랑니가 보통 머리 정도는 드러내는데, 이와 잇몸 사이 좋은 스팟을 쭉 눌러주면 치주인대가 끊어지면서 쉽게 발치된다고 한다.
이렇게 사선으로 난 사랑니는 한 번은 쪼개서 발치해야 한다고 한다.
제2대구치 쪽에 붙어있는 사랑니를 수직으로 쪼갠 후 꺼내고, 나머지는 그 빈 공간을 이용해서 눌러서 빼주면 발치된다고 한다.
가장 문제는 이렇게 드러누운 경우이다.
이 경우엔 ASMR에 나온 것처럼 뼈를 상당부분 삭제하여 머리 정도는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사랑니를 쪼개어 머리 먼저 쪼갠 후 뿌리를 차례로 빼낸다.
위치나 공간에 따라 사랑니를 3조각 이상으로 쪼개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정말 간략하게 설명한 것이고, 사랑니 발치 난이도는 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치아 각도는 물론이고, 제2대구치와 턱뼈 사이 공간, 치아 깊이(제2대구치 머리와 사랑니 머리를 비교해보면 된다) 등등…
그리고 신경에 닿아있는지도 중요한데, 사랑니 뿌리 근처에는 혀와 입술 등에 도착하는 하치조신경이 두 줄 지나가고 있다.
이 신경이 많이 눌려있으면 발치 후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손상된 경우 혀와 입술에 얼얼한 느낌이 조금 남는 등의 감각 이상이 생긴다고 하며, 손상이 복구되는 6개월 ~ 1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런 쓸데없는 지식을 알고 나니 더 두려워졌다… ㅋㅋㅋ
특히 뼈를 삭제해야 한다는 건 더 떨게 만들뿐이었다.
이윽고 다음 날이 밝았다.
전날 거의 잠을 못 든 채로 아침을 맞이했다.
오전 예약이었는데 진료 대기할 때도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
진료를 보기 전 엑스레이를 먼저 찍었다.
내 사랑니는 위쪽은 머리가 완전히 드러나 있었다.
물론 공간이 없어서 조금 누웠는데 신기하게도 볼 쪽으로 누워있었다…
만약 윗쪽이 매복이었다면 이런 횡위 형태는 대공사였겠지만 완전히 나와 있어서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발치할 수 있는 애였다.
아래 사랑니는 슬프게도 수평으로 누워버렸다.
특히 턱뼈가 짧아 제2대구치와 뼈 사이 공간이 전혀 없었다.
신경이 눌린 것으로 확인되어 CT도 함께 찍었다.
CT를 찍으면 3차원적으로 치아와 신경관 위치를 볼 수 있어서 정확한 확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오른쪽 사랑니는 살짝 눌려있고, 왼쪽 사랑니는 보통 수준에서 좀 많이 눌려있는 편이라고 설명하셨다.
그리고 생각 외로 애매한(?) 충치가 많았다.
충치의 시작으로 보이는 초기 충치들로, 치료할 정도인지 아닌지 애매하셨던 것이다.
흑흑… 앞으로 양치 잘 할게요 ㅠㅠ
결국 그날은 충치 진료와 CT 찍느라 시간을 모두 썼다.
충치는 2차 충치가 발생한 아래 제2대구치를 치료하기로 했다.
발치는 다음 날 하기로 했다.
아;; 하루 더 긴장해야 한다니
충치치료와 발치를 같이 한다고 한다.
치위생사께서 나보고 유일한 선택지를 주셨다.
아놔;;
사실 그때 신경 많이 눌린 사랑니가 오른쪽인 줄 알고, 오른쪽 먼저 한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왼쪽이었지만…
다시 다음 날, 발치 당일이 되었다.
후회스러운 선택은 그날 오후 늦게 예약을 했다는 것이다.
오후 4시쯤에 예약했는데, 덕분에 나는 일어나고 나서부터 오후 4시까지 거의 7시간 동안 긴장할 수 있을 만큼(?) 최대로 긴장했다.
오후 4시 치과 도착.
먼저 마취를 한다.
하지만 이전에도 충치가 심했던 적이 있어서 마취가 처음은 아니었다.
특히 턱이 좁은지라 제2대구치가 완전히 나오기도 전 음식물이 자주 껴 제 기능도 하지 못한 채 썩어버렸다.
결국 그때도 잇몸을 째고 충치치료를 했었는데…
마취는 바늘 찔릴 때 통증이 조금 있지만 그냥 참을만 하다.
윗쪽 이 안쪽에 바늘 들어갈 때 입천장 전체가 반응할 때 빼곤 아무렇지 않았다.
한 10분 후 입술과 혀가 얼얼해졌다.
먼저 충치 치료부터 한다.
심한 편은 아닌 것 같애. 엑스레이로는 안 보여. 근데 모르겠어, (금 때운 거) 열어봐야 알 것 같아.
이 교수님께서는 겁을 주시지 않는다.
뭔가 큰일난 듯 싶다가도 결론은 매우 쿨하다.
모든 게 괜찮고, 아무렇지 않고, 심플하고, 별 거 아니다 (ㅋㅋㅋ)
충치 치료는 꽤나 오래 걸렸다.
10분은 걸린 듯하다.
중간중간에 치료하시면서 사진을 다 남기시고 치료 후 보여주셨는데, 금 씌운 거 들어냈더니 안 보이던 충치가 더 있었다고 하셨다.
생각보단 깊었다고… 무튼 제거를 다 하셨다고 한다.
벌써부터 어금니가 이렇게나 말썽이니 ㅠㅠㅠ
임시 때움질을 하고 다시 잠시 기다렸다.
많이 심각할까요?? ㅠㅠㅠ
아냐 괜찮아~ 그래봐야 한 두 조각 더 내서 꺼내는 건데 뭐, 1~2분만 더 걸리는 정도.
교수님이 다시 오셨고 역시 쿨내가 진동한다
참고로 사랑니 발치 전엔 수술 동의서를 받는다.
엄연히 외과 수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고사항이 생각보다 좀 많았다.
윗니는 (특히 매복된 것을) 발치하면 상악동이 천공될 수 있다고 하셨다.
이는 자연스레 뼈가 다시 채워지지만, 염증이 생겨 축농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참고하라고 하셨다.
아랫니는 위에서도 말했지만 하치조신경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발치 중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그래서 수술 후 다른 곳은 마취가 풀렸는데 혀나 입술의 마취가 풀리지 않았다면 신경 손상이 있던 것이니 다음 날에 이를 체크한다고 하셨다.
신경은 치유까지 오랜 시간 걸리고, 극악의 경우에는 낫지 않는다.
턱에 힘을 좀 많이 주기 때문에 턱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턱관절이 약한 경우에는 특히 참고해야 한다.
발치하다가 뿌리가 매우 소량 부러져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연스레 뼈와 합쳐진다고 하셨다.
너무 많은 뿌리가 남았는데 이미 치추인대와 끊어진 경우에는 우리 몸에서 이를 외부 물질로 인식하여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내 발치는 진행되었고…
거짓말 안 하고 드릴 소리도 안 들리고 뭔가 굉장히 힘을 주시더니 윗니는 정말 3초 컷으로 발치하셨다.
아래쪽 사랑니 발치를 시작했다.
사랑니 발치 과정은 대략 이랬다.
- 먼저 굉장히 아래로 누르는 느낌이 난다. 아마도 잇몸을 째는 거겠지…? ㅠㅠ
- 드릴 소리가 난다. 이건… 사랑니를 가리고 있는 뼈를 제거하고 있으신 듯하다.
- 드릴 소리가 멈추고 다시 난다. 사랑니를 쪼개시는 것 같았다.
- 우지근 소리가 났다. 사랑니는 원래 드릴로 2/3 정도만 자르고 나머지는 쪼갠다고 했다. 그래야 주변 뼈에 혹시 있을지 모를 신경이 덜 다치기 때문이다.
- 턱을 굉장히 누르셨다. 아잇 걸리네… 라고 말씀하셨다.
- 드릴 소리가 났다. 필요시에 뼈를 조금 제거했거나 사랑니를 더 쪼개신 듯하다.
- 다시 우지근 소리가 났다.
- 턱을 누르신다. 지렛대 원리로 뿌리 부분을 뽑으신 것 같았다.
- 교수님께서 치위생사분께 엑스레이에 있는 사랑니 모양과 발치된 뿌리와 비교하라고 하셨다.
- 이제 꿰매는 듯하다. 입술에 실 느낌이 가끔 났지만 꿰매는지는 아무런 느낌이 없다.
이렇게 하여 내 오른쪽 발치는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후후
치위생사분께서 내 경우가 좀 어려운 사랑니였어서 뼈도 좀 많이 삭제했고 출혈량도 좀 많았으니까 얼음찜질을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한쪽을 빼니 긴장이 쭉 풀렸고, 드디어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제일 고생한 건 교수님이셨지만…ㅋㅋ
사랑니를 발치 한 후에는 주의사항이 여럿 있다.
먼저 거즈를 아파도 2~3시간 꽉 물고 있어야 한다.
만약 거즈를 뺐는데 출혈이 아직 흥건하게 된다면 다시 거즈를 2시간 더 물고 있어야 한다.
냉찜질을 꾸준히 10분마다 한 번씩 잠깐 쉬는 구조로 대고 있어야 한다.
치유과정은 발열반응이기 때문인데, 이렇게 해야 출혈이 금방 멈추고 금방 낫는다.
그리고 입 안에 음압이 강해지는 행동을 일체 하면 안 된다.
이를 테면 빨대를 사용한다든가, 침을 뱉는다거나, 재채기를 과도하게 하는 경우이다.
지혈이 되면 수술했던 자리에 혈병이 생기는데, 이는 수술한 부위를 낫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아이이다.
이것이 제거되면 극심한 통증과 입냄새를 동반하는 드라이소켓이 찾아온다.
그래서 혈병이 제거되는 듯한 행동, 예컨대 뜨거운 움식을 먹거나 뜨거운 물을 마시거나, 음압을 낮아지게 하거나, 가글을 너무 강하게 하거나, 구멍 뚫린 부분이 신기해서 혀나 손가락으로 건드리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정말 좋다고 한다.
사실 발치하고 나선 그 부위의 무관심이 최고인 듯하다 ㅎㅎ
나는 출혈이 5~6시간 정도 지속되었다 ㅠㅠ
마취는 2시간 정도 후에 풀렸다.
보통 3~4시간 걸리는데, 충치치료까지 해서 거의 1시간 반 걸려서 빨리 풀린 것 같았다.
마취 풀릴 때 입술과 혀 감각이 제대로 돌아왔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취가 풀리니 진짜 통증이 제대로 찾아왔다.
특히 아픈 데를 거즈로 꽉 누르고 있었으니까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통증을 없애려면 진통제를 먹어야 하고, 진통제를 먹으려면 뭔가를 일단 먹어야 하는데…
거즈를 바꿔끼기 전에 두유를 사발에다가 따라서 숟가락으로 허겁지겁 떠먹었다.
혹시 모를 출혈에 그 당일엔 거즈를 물고 잤다.
다음 날, 출혈은 어느 정도 멈췄고 거즈를 빼니 통증도 거의 없었다.
병원에 갔더니 교수님께서 내 잇몸을 꽤나 쨌다고 하셨다(피가 안 멈추더라…).
무튼 잘 아물고 있으니 걱정 말라 하셨다.
소독 해주시고 감각 이상 없는지 물어봐주시고 진료를 끝내셨다.
며칠 간은 입을 활용한 모든 운동(?)은 조심해야 한다.
특히 입을 크게 벌리거나 발치 부위에 너무 힘을 주면 출혈되니 조심해야 했다.
씹을 수도, 뜨거운 음식도 먹을 수 없었기에 나에게 주어진 음식이라고는 차가운 죽과 차가운 계란찜.
양치도 그날 저녁이 되어서야 조심스럽게 했다.
그 전에는 헥사메딘 가글 용액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가글해주면 된다.
얼음찜질 할 때는 한 손을 못 써서 너무 귀찮았지만 3일동안 꾸준히 해줬다.
일주일 후, 난 개강했다 하하하;;
개강하고 그주는 실밥은 아직 있는 상태고 근육이 뭉쳐있어서 음식도 딱히 제대로 못 먹었다.
그주 금요일에 실밥을 풀고 임시로 때운 부분을 다시 덮었다.
마취 안 하고 해서 그런지, 때운 거 붙일 때 이물질이 들어가면 안 돼서 계속 바람을 쏘는데 진심 너무 시렸다.
심지어 발치한 부분도 침 고이면 안 되서 계속 누르는 바람에 아팠다.
가장 아픈 진료였다 ㅠㅠ
무튼 이렇게 하여 오른쪽 사랑니 발치를 마쳤다.
잇몸이 채워지는 데는 2~4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전까지 음식물이 들어갈 수 있는데 워터픽이나 가글로 헹궈내면 된다고 하셨다.
구멍으로 들어간 음식물 때문에 염증이 간혹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이제 왼쪽 발치 예약을 잡아야 한다……
이때 알았다.
왼쪽 사랑니가 신경을 꽤나 많이 누르고 있다는 것을…
아무튼 지금 나의 운명을 내가 직접 결정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왼쪽이 지금 신경이 많이 눌러있으셔서 발치 다음 날 내원을 꼭 해주셔야 해서 토요일은 추천드리고 싶지 않아요.
앗 그렇네요... 그러면 다음주 금요일 오전 11시로 예약 부탁드려요.
일주일 후, 더 심각한 왼쪽 사랑니 발치를 하게 되었다.
똑같이 충치치료 먼저 하고 사랑니를 발치했다.
다행히 충치는 오른쪽보다는 진행되지 않았다.
사랑니 발치할 땐 신경 눌린 것 때문에 좀 무서워서 긴장하고 있었다.
신경 눌린 건 괜찮을까요?
내일 다시 확인해보긴 할 건데, (신경 다친 사람이) 200명 300명 발치하면 한... 한 명 나올까 말까 해. 걱정하지 말어
사랑니는 정말 꽉 끼여있었던 탓인지, 거의 6등분은 하신 것 같았다 ㅠㅠ
그리고 턱뼈가 너무 높게 있어서 그런지 뼈를 조금 더 삭제하셨다고 한다.
사랑니 발치는 이번에도 5분 정도 걸리신 것 같았다.
마취, 충치치료, 사랑니 발치까지 해서 대략 1시간 정도 걸렸다.
출혈은 3시간 정도 후에 지혈됐었다.
그날은 오전에 진료를 잡았었는데, 오후에 받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저녁 먹기 전에 거즈를 빼고, 저녁에 죽 정도는 먹을 수 있었다.
이렇게 순탄하게 치유될 줄 알았던 내 왼쪽 사랑니.
변수가 발생했다.
동생이 감기를 들고 내가 사랑니 발치한 날 기숙사에서 본가에 왔다 !
동생이 처음엔 감기가 절대 아니고 축농증일 뿐이라고 시치미를 떼길래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감기때문에 생긴 축농증이었다.
동생이 들고 온 감기는 좀 고통스러웠다.
코가 엄청 매워지고 양쪽으로 막히는 수준, 재채기가 나오도록 계속 자극했다.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코감기랄까.
그냥 감기만 걸렸으면 괜찮았을 텐데, 사랑니 발치 후라서 문제가 되었다.
며칠 동안 코가 너무 매워지는 모습을 보고 상악동 천공으로 인한 축농증인 줄 알고 엄청 찾아봤다.
상악동에 염증이 생기면 자칫 잘못하면 답이 없다는 글들을 좀 봤기 때문이다.
또 사랑니 발치 후 음압이 낮아지면 안 돼서 입으로 세게 재채기를 하면 안 되는데, 또 만약 이 증상이 축농증 증상이라면 코로만 재채기를 하는 것도 안 된다고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목도 부었었는데, 사랑니 발치 후 뜨거운 음식과 물을 마시면 안 되어서 목이 부었어도 차가운 걸 먹었어야 했다.
그리고 이 코감기는 약간의 근육통도 동반했다.
주말을 넘기고 이빈인후과에 바로 갔다.
다행히 사랑니로 인한 건 아닌 듯하다고 하셨고, 감기와 축농증 초기라고 하셨을 때 동생이 원인이라는 게 확 느낌이 왔다.
그렇게 그주는 먹는 것도 불편하고 숨 쉬는 것도 불편했다.
그주에 나를 본 사람들은 내가 거의 녹초였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제 꿰맨 실밥과 임시로 떼운 어금니 다시 떼우는 것만 진료 받으면 사랑니 발치는 모두 끝난다! 후후후
자그마치 한 달이나 걸렸던 사랑니 네 개 발치하기, 그 막바지를 달리고 있다 ㅎㅎ
교수님께서 중간중간에 찍어주신 사진들을 보면 사랑니는 칫솔이 진짜 잘 안 닿아서 충치가 심각했었다.
아프진 않았지만 충치때문이라도 발치하길 잘 한 것 같다.
또 나이가 들면, 치주인대가 더 발달하여 치아와 뼈가 유착되어 간단한 것도 발치하기 힘들어진다고 한다.
타이밍 맞게 발치 잘 한 것 같기도~
신경 손상이나 상악동 천공, 드라이소켓 등 별다른 후유증이 없었던 것도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충치관리를 위해서 양치법을 유튜브 찾아가면서 완전히 바꿨다…
이대로 가다간 남아나는 어금니는 없을 것만 같았다.
앞으로 사랑니 발치해야 하는 분들 모두 화이팅!! ㅎㅎ